연세대 김원석 교수팀, 기후변화가 강을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

수위 변동이 클수록 하천 이동성 증가, 미시시피강 500km 분석으로 세계 최초 규명

2025-12-01     정은실 기자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김원석 교수 연구팀이 미국 미시시피강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하고 있는 강의 수위 변동성이 하천의 이동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임을 규명했다. 미국 툴레인대학교(Tulane University),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Louisiana State University) 등과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11월 28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연구팀은 미시시피강 하류 약 500km 구간에서 확보한 1,656개의 지층 자료와 장기간의 수위·유량 기록을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수위의 오르내림이 큰 지역일수록 강이 옆으로 더 빠르게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존에는 강의 이동이 홍수 규모나 유량과 같은 물리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는 강의 수위 변화 폭, 즉 ‘얼마나 자주, 얼마나 크게 물이 오르내리는가’가 강 제방을 구성하는 퇴적물의 성질을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제방의 침식 속도와 이에 따른 강의 이동성을 결정한다는 점을 최초로 밝혀냈다.

 

실제로 미시시피강 상류는 수위의 상승·하강 폭이 크기 때문에 범람 시 굵은 모래가 제방에 쌓여 제방이 쉽게 침식되는 구조를 형성한다. 반면 하류는 수위 변동이 작고 범람이 잦아 점토층이 반복적으로 쌓이며 제방이 단단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김 교수팀은 이러한 퇴적 패턴이 강의 수위 변화 리듬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혀, 수위 변동-퇴적물 변화-제방 강도 변화-강 이동성 변화 순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인과 구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번 발견은 홍수 예측과 제방 설계 등 하천 관리 체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지금까지 홍수 위험도는 주로 물 높이와 유속 같은 물리적 수치에 기반해 평가됐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강의 ‘이동성’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면 도시계획, 농경지 조성, 제방 설계 등 인프라 정책에서도 장기적인 지형 변화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하천의 이동성이 증가하면 제방 붕괴뿐 아니라 주변 지반의 퇴적·침식 균형이 변해 탄소 저장량 변화 등 생태·환경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김원석 교수팀은 이번 결과가 고대 지구 및 화성의 기후 복원 연구에도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천 주변에 남아 있는 퇴적층의 모래·점토 비율과 층리 구조는 과거 강의 수위 변동성을 기록하고 있어,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메커니즘은 과거 지구의 고온기·홍수기 등 기후 변동기 분석, 나아가 화성 표면의 고대 하천 흔적 해석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김원석 연세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강의 수위가 커다란 폭으로 오르내리는 현상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수위 변동이 하천의 이동성과 침식 강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세계 최초로 정량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의 홍수 위험 관리는 단순히 홍수 높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강 자체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