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울산광역시교육감 탄원서
<탄원서 >
[참교육뉴스=위지선 기자]
존경하는 재판장님.
울산광역시교육감 천창수입니다.
재작년 체험학습 과정에서 숨진 어린 학생의 소식을 접하고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였을 아이를 잃은 부모님의 상실감과 슬픔이 얼마나 크고 깊을지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사랑하는 제자를 잃은 선생님이 겪었을 고통의 무게 또한 헤아릴 길이 없었습니다.
분명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입니다. 배움과 가르침의 교육과정 속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모든 교육자의 우선적인 책무입니다.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한 법원의 판례는 안전교육 미실시, 유기·방임 등 주의의무 위반 행위가 명확한 경우 책임을 묻고 있지만, 이번 사안처럼 예측하기 어렵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 책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인솔 교사는 매뉴얼에 따라 사전에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예측되는 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예측하기 어려운 모든 사고에 대해 교사에게 무한책임을 묻는다면 교육활동은 심각한 위축을 겪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체험학습은 네모난 교실에서의 단편적인 지식 습득을 넘어 우리 아이들이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창의력과 협동심,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는 중요한 교육과정입니다. 또한, 유네스코 21세기 세계교육위원회가 제안하고 있는 미래 교육의 주요 교육 방향이기도 합니다.
교육 현장이 이번 사건의 판결을 주목하는 이유는 교사들이 겪게 될 좌절감과 함께 자칫 현장체험학습의 전반적 위축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지난해 수만 명의 선생님들이 교육을 멈추고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공교육 회복과 교권 보호를 외쳤습니다.
그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교육 현장의 선생님들은 온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안은 채 오늘도 교단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교사로서 나의 상처가 아이들의 상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 때문일 것입니다.
법이 우리 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것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판결을 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들고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24년 6월 26일
울산광역시교육감 천창수